한국인의 밥상.E664.240620 > 매회) 시사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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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21:15
저 멀리 섬이 거기 있는 이유-
바쁜 일상과 거리두기가 필요한 당신,
섬사람들의 치열한 삶과
싱싱한 것으로 차려낸 섬 밥상이
위로를 전하는
충전의 섬이 지친 당신을 부른다!
섬은 특별하다. 뭍을 떠난다는 기분 때문일까? 팍팍한 삶을 짊어진 현대인들에게 섬은 위안과 안식을 얻는 산소 같은 곳이다. 게다가 고립된 섬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사는 섬사람들의 삶과 그들이 차려낸 밥상은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섬이 많기로 치자면 전라남도 신안군을 빼놓을 수 없다. 1025개나 되는 섬에서는 특별한 삶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번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비상하는 새를 닮은 비금도와 연꽃 옷을 입은 하의도에서 자연이 내준 선물로 차려낸 풍성한 밥상을 만난다. 외따로 있어 옛 맛을 지킬 수 있었다는 그곳에는 다른 지역에선 볼 수 없는 진귀한 음식들이 많다는데, 눈과 귀는 물론 입까지 호강할 수 있는 섬의 진수를 맛본다.
다시 돌아온 고향, 비금도! – 전라남도 신안군 비금면 :
전라남도 신안의 비금도는 비상하는 새의 모습을 한 섬이다. 농번기를 맞아 한창 바쁜 와중에서 망중한을 즐기며 유난히 싱글벙글 행복해 보이는 부부를 만났다. 23년의 타향살이의 마침표를 찍고 고향으로 돌아온 문영배(75세), 황대례(70세) 씨다. 서울에서 횟집을 운영하며 열심히 살았지만, 늘 고향이 손짓하며 그들을 불렀다. 14년 전 부부는 고향으로 돌아와 더할 나위 없는 노년을 보내고 있다. 특히 남편 영배 씨는 70년 지기 옛친구들과 바다낚시를 즐긴다는데, 이맘때면 가장 맛이 좋다는 ‘오뉴월 밴댕이’가 그들의 허기를 채운다.
부부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 중에 밥상을 빼놓을 수 없는데, 늘 고향의 음식이 그리웠다는 부부. 틈날 때면 지천으로 널린 산물을 채취해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비금도 원평항에서는 일제 강점기부터 황석어잡이 배들이 모이는 파시가 열렸다. 섬에선 ‘강달이’라고도 불리는 황석어는 주로 젓갈로 담는데, 성질이 급해 잡히자마자 죽기 때문에 회나 매운탕은 바로 잡아 온 날 먹어야 제일 맛있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황대례 씨는 막 잡은 황석어로 탕을 끓이고, 며칠 동안 말려 꾸덕해진 황석어를 튀겨낸다. 내친김에 부부는 바위를 푸르게 덮은 해조류인 갈파래를 채취하기 위해 갯가로 나선다. 갈파래는 파래의 일종이지만 일반 파래보다 잎이 크고 맛이 부드럽고 순하다. 이곳 비금도의 토속음식인 갈파래국은 돼지 뼈를 넣고 푹 고아서 만드는데, 잔치나 제사 때 빠지지 않았다. 직접 기른 단호박으로 쪄낸 영양밥까지 상에 올리면 부부가 꿈꿨던 풍요로운 섬 밥상이 완성되는데... 고향에서 노년의 삶을 여유롭게 꾸려가는 부부의 삶을 통해 행복한 삶의 조건을 다시 생각한다.
세월을 품은 섬의 맛을 잇다! –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면 :
연꽃 옷을 입은 모양을 한 섬,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도다. 하의도는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갯벌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는데, 그중에 큰 뻘이 곁에 있는 후광마을은 천일염 농사에 제격인 마을이다. 30년째 이곳에서 소금 농사를 짓는 강혜정(61세) 씨는 하의도가 고향인 남편 제갈권섭(65세) 씨를 따라 도시 생활을 접고 섬으로 들어와 시아버지가 평생 일궈온 염전에서 소금 농사를 짓는다. 햇볕과 바람, 그리고 염부의 노동으로 완성하는 소금 농사, 지금이 가장 바쁠 때다. 이럴 때일수록 잘 챙겨 먹는 게 중요하다는데, 혜정 씨는 친구처럼 지내는 동서 김경자(59세) 씨와 염전 새참부터 차린다. 이맘때 가장 실한 새참은 갯벌에서 잡은 낙지로 끓인 연포탕인데, 여름철 이곳 하의도에선 냉연포탕으로 즐긴다. 한나절 흠뻑 소금 땀을 흘린 소금 농부들에겐 새참을 먹는 그 시간이 꿀맛 같은 쉼이다.
그것 말고도 하의도에는 고립되어 있어 지킬 수 있었던 특별한 전통의 음식과 조리법이 많다. 음식에 관심이 많은 혜정 씨는 결혼 후 시어머니에게 배운 식재료와 향토 음식의 맥을 지금까지 쭉 이어오고 있는데, 대표적인 음식은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고기의 신선함을 위해 소금에 절여 보관했다. 이는 특별 염장 비법이기도 하지만 이곳 사람들에겐 별식이기도 한데, 하루 이틀 숙성한 고기로 수육을 하면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무인도에서 채취한 톳과 흑산도 홍어로 끓여낸 홍어애톳국은 섬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충전시키는 보양식이다. 고립된 낙원의 풍경과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하의도 부부의 나날을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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