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E672.240905 > 매회) 시사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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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 21:16
그리운 시절의 추억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곳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노포의 소박하고 정겨운 밥상을 만나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긴 세월 같은 자리에서 한결같음을 유지하는 곳이 있다. 이름만으로 추억을 자극하는 노포다. 최근엔 젊은 층에서도 오래된 가게의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다는데 세월의 변화를 묵묵히 견딘 가게들은 그 존재 자체가 역사이자 지역의 문화유산이다. 처음엔 생계유지를 위해 시작했던 일에 수십 년의 세월이 쌓여 대를 이을 수 있는 집안의 전통이 되고, 그 집만의 분위기와 맛으로 세대 간의 끈끈한 연결고리가 돼주는 공간! 노포는 바쁜 일상에 치여 잊고 살았던 추억을 다시 상기시킬 수 있는 향수가 되기도 한다. 이번 주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자신만의 비법으로 많은 사람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노포의 밥상을 통해 우리 고유의 정(情)의 진수를 맛본다.
■ 38년째, 시간을 품은 곱창집! – 충청남도 당진시 채운동 :
충남 당진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오랜 곱창집이 하나 있다.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열고 가게를 살피는 주인 김흥태(67세) 씨. 그의 가게에는 요즘 쉽게 볼 수 없는 돌 탁자, 연탄, 쟁반 등 옛 물건들이 자리하고 있다. 김흥태 씨는 어릴 적 인근 지역인 예산 삽교에서 돼지 곱창구이를 즐겨 먹었는데, 그 맛을 잊지 못해 당진에 곱창집을 차렸다. 어느덧 38년째이다. 매일 아침 그의 일과는 곱창 손질로 시작되는데, 자칫하면 냄새나기 쉬운 돼지 내장이지만 30년 넘게 자신만의 철저한 원칙으로 작업에 임한다. 긴 세월 속에는 오랜 단골이 있기 마련이다. 저녁이 되면 골수 단골들은 참새 방앗간에 들르듯 이곳으로 모여든다. 연탄불에 구워 먹는 생 곱창은 일반 곱창에 비해 비교적 굽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 은근한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단다. 또한 입소문만으로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걸음을 하는 예비 단골손님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고된 하루의 끝, 손님들과 함께하며 노포의 세월을 이어가는 주인장을 만난다.
■ 어머니를 추억하는 그리운 맛!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동 :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아지는 빌딩 숲 사이에도 노포는 있다. 서울 종로 사직동의 좁다란 골목 사이에는 시간을 이겨낸 오랜 가게들이 자리하고 있다. 2020년 3월 '한국인의 밥상'에서 소개했던 뼈다귀 감자탕집이 그중 하나이다. 남대문 시장에서 국밥을 팔던 어머니의 대를 이어 감자탕집을 운영하던 문자경 씨. 그녀는 아들 부부와 함께 맛을 이어갔다. 4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다시 찾아간 노포. 변함없는 모습일까?
다시 찾아간 그곳엔 아들 부부가 오래된 주방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주방을 주름잡던 어머니 문자경 씨는 보이지 않았다. 2년 전 갑작스레 어머니의 임종을 맞았다는데, 남은 아들 부부는 아직도 그 슬픔을 다 씻지 못했다. 아직도 가게 곳곳엔 세월을 품은 냄비와 어머니의 물건들이 가득하다. 여전히 커다란 솥단지에는 이 집만의 고유한 비법으로 만들어낸 뼈다귀 감자탕이 끓고, 어머니 때부터 쓰던 양념장으로 정성스레 족발을 만든다. 부엌을 지키며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가는 부부와 함께 정겨움이 묻어나는 노포의 밥상을 함께한다.
고소한 내음 솔솔, 55년 전통 기름집! - 서울특별시 종로구 무악동 :
서울 종로구 무악동에는 고소한 내음이 솔솔 풍기는 기름집이 있다. 무려 55년 한 자리를 지킨 터줏대감이다. 1대 주인인 김세추(82세) 씨는 1970년대 안정된 생활을 위해 기름 짜는 일을 시작했다는데. 당시엔 기름을 한번 짜려면 몸살이 날 정도로 힘이 들었단다. 하지만 찾아오는 손님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힘든 세월을 이겨냈다. 최근엔 2대 며느리 공지선(46세) 씨가 대를 잇겠다고 나섰는데. 비록 기계화됐지만 여전히 기름이 나오기까지 소금 땀을 흘려야 한다. 시어머니가 지켜온 원칙을 고수하며 기름의 맛과 전통을 이어가고 싶다는 며느리 공지선 씨. 그런 며느리가 사랑스러워 김세추 씨가 소매를 걷어붙였다. 기름과 깨소금으로 고소하게 무친 나물로 만든 비빔밥에 들깻가루 넉넉히 푼 영양 가득 미역국을 곁들였다. 고소한 기름만 있으면 남 부럽지 않은 기름집 한 상이 완성된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작업하고, 손님을 맞이하며 더 나아가 100년 가게를 꿈꾸는 유서 깊은 노포를 만난다.
세월의 맛을 잇는, 순두부! – 충청남도 청양군 남양면 :
충청남도 청양의 한 마을. 사람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가게를 찾았다. 이곳은 작년 3월 '한국인의 밥상'에서 별난 밥집으로 소개된 곳인데, 1991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노포다. 다시 찾아간 가게는 외관도, 주인도, 맛도 전부 변함없이 그대로다. 이른 아침 장사 준비로 분주한 어머니 임점순(70세) 씨와 아들 김수환(45세) 씨. 점심시간이면 인근 직장인들부터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까지 가게 안이 북적인다. 가게의 최고 인기 메뉴는 단연코 순두부찌개! 임점순 씨가 개발한 비법 소스로 만든 순두부찌개는 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맛이라고 단골들이 엄지를 치켜세운다. 힘들어도 잊지 않고 찾아와주는 단골손님들이 고마워 임점순 씨는 불 앞 고생을 기꺼이 감수한다. 쇠약해지는 어머니의 모습을 곁에서 보는 아들 김수환 씨는 요즘 마음가짐을 달리하고 있다는데. 어머니가 청춘을 바친 가게인 만큼 그 전통을 이어 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어머니 곁에서 하나씩 차근차근 배우고 익히는 중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말한다. 모든 게 너무 빨리 변하는 세상, 그 자리에 여전히 있어 줘서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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