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E52.240830 > 매회) 시사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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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31 00:10
지난 4월, 경남 거제시에서 20대 남성이 교제 중인 여성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5월에는 서울 강남의 한 건물 옥상에서 여자 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의대생이 구속됐고, 6월에는 경기도 하남시 아파트 단지에서 교제 3주 만에 이별 통보를 받은 남성이 여성을 흉기로 살해하기도 했다.
친밀한 파트너 관계에서 발생한 살인, 이른바 ‘교제 살인’은 양과 질 모두에서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교제 폭력’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재범률이 높고 폭력의 정도도 중한 경우가 많다”며 2022년 ‘교제 폭력’으로 검거된 숫자가 2014년 대비 92.4% 증가하는 등 급속한 증가세라고 밝혔다.
경찰 역시 2023년 처음으로 전체 살인 사건 및 살인미수 사건을 분석, 4건 가운데 1건이 과거 배우자나 연인, 사실혼 관계의 ‘친밀한 파트너’를 상대로 발생했다는 통계를 공식 집계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피해자의 성별 구분 등 ‘교제 살인’을 막기 위한 구체적 분석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추적 60분 「헤어질 결심, 그 후 – 2024 교제 살인 보고서」에서는 피해자와 생존자, 그리고 가해자까지 구체적인 ‘교제 살인’ 사례 분석을 통해 2024년 벌어지고 있는 ‘교제 살인’의 양상과 대책을 살펴본다.
■ 헤어지자고 했을 뿐입니다.
지난 7월 20일, 충북 충주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 김선영(가명) 씨가 사귀던 50대 남성으로부터 잔혹하게 살해당한 것이다. 가해 남성은 SUV 차량으로 카페에 두 차례나 돌진한 뒤 흉기를 휘둘러 김 씨를 살해했다. 경찰에 자수한 가해 남성이 밝힌 살해 동기는 놀랍게도 전날 있었던 김 씨의 이별 통보였다.
'추적 60분' 제작진은 한 달 이상의 취재를 통해 가해 남성의 지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인들은 가해 남성을 평소 여성에게 신사적이었던 사람으로 기억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어렵게 연락이 닿은 피해자 김 씨의 유족으로부터 가해 남성이 평소에도 김 씨에게 집착하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과연 가해 남성의 진짜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김선영 씨가 가해 남성으로부터 안전하게 이별할 방법은 정말 없었던 걸까?
■ 교제 살인의 강력한 전조 증상, ‘강압적 통제’
남자 친구 서 씨(가명)와 만난 지 2주 만에 연인으로 발전한 이주연(가명) 씨는 악몽 같은 시간을 겪어야만 했다. 교제를 시작한 직후부터 주연 씨의 화장과 옷차림을 문제 삼았던 서 씨는 점점 주연 씨가 친구나 가족을 만나는 것까지 통제하기 시작했다. 주연 씨가 조금씩 고립되어 가는 만큼 서 씨의 통제는 더욱 강해져, 주연 씨가 화장실을 이용할 때도 문을 열어놓기를 강요하는 기이한 상황까지 벌어지곤 했다. 주연 씨는 서 씨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몇 번이나 이별을 시도했지만, 그럴 때마다 서 씨는 더 강한 폭력과 통제로 주연 씨를 길들여 나갔다. 전문가들은 주연 씨를 향한 서 씨의 행동이 교제 살인 직전에 벌어지는 전형적인 ‘강압적 통제’라고 경고한다. 교제 살인의 문턱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주연 씨는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본인의 생생한 기록을 꺼내놓기로 했다.
지난해 3월, 윤소희(가명) 씨는 직장으로 찾아온 전 남자 친구 권 씨가 휘두른 멍키스패너에 머리를 맞고 칼로 가슴을 찔렸다. 15cm 깊이의 가슴 찰과상과 갈비뼈 절단, 신경 손상 등 심각한 피해를 당한 윤 씨는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소희 씨는 권 씨가 몇 년 동안 자신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수십 차례의 이별 통보에 자해, 협박, 폭행, 주거침입 등으로 반응하는 ‘교제 살인’의 전형적인 전조 증상을 보였다고 말한다.
■ 교제 살인, 막을 수 없는 걸까?
소희 씨가 위험신호를 감지했음에도 권 씨로부터 피습을 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소희 씨는 사건 발생 몇 시간 전 소희 씨의 직장에 찾아온 권 씨에게서 살해 위협을 느끼고 담당 수사관에게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담당 수사관은 다른 애인이 생겼으니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권 씨의 말만 믿고 조사를 마쳤고, 권 씨는 곧장 흉기를 들고 소희 씨를 찾아갔다. 담당 수사관은 왜 소희 씨가 느낀 공포가 아닌 권 씨의 거짓말을 믿었던 것일까? 사건 발생 전에도 수십 차례 경찰에 권 씨를 신고한 기록이 있는 소희 씨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1억 5천여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거제에서 또 한 명의 안타까운 생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별 후 자취방에 찾아온 전 남자 친구 김 씨에게 한 시간 동안 폭행을 당한 스무 살 효정 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진 지 열흘 만에 사망했다. 많은 교제 살인 사건처럼 김 씨의 폭행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2년간 교제한 김 씨의 지속적인 폭행으로 효정 씨는 총 11번의 경찰 신고를 했지만 김 씨는 처벌되지 않았다. 효정 씨가 김 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1년부터 꾸준히 신고한 기록이 있어요. 그때마다 제가 다쳤는데 다치지 않았다고 진술한다거나, 왜냐하면 경찰관이 계속 붙어서 저를 지켜줄 수 없잖아요.
돌아가면 또 가해자가 저한테 찾아올 건데."
- 부산 멍키스패너 피해자 윤소희(가명) 씨 인터뷰 중 -
“피해자 당신이 원하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고 당신이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한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라는 이 엄청난 독소 조항이 적용되는 것이 바로 이 교제 폭력이에요. 반의사불벌죄를 이렇게 친밀한 관계 폭력에 적용하는 국가가 없어요.
-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 인터뷰 중 -
■ 끊임없는 교제 살인, 해결책은 없는가?
우리나라는 충격적인 ‘교제 살인’ 사건들이 발생하고 국민의 공분을 자아낼 때마다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다가 회기 만료로 폐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반면 호주, 미국 등 선진국들은 많은 연구를 바탕으로 ‘강압적 통제 행위’를 ‘교제 살인’의 명백한 전조증상으로 보고 빠르게 범죄화하는 입법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영국에서는 ‘강압적 통제 행위’를 처벌하는 것뿐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강압적 통제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자살했을 때 과실치사를 적용하는 방안까지 논의를 시작했다. '추적 60분'은 해당 캠페인을 시작한 주인공이자, ‘강압적 통제 행위’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의 어머니이기도 한 샤론 홀랜드를 만나 관련 입법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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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시사 매회 줄거리
추적 60분.E55.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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