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E670.240822 > 매회) 시사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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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2 21:23
뛰어난 솜씨와 경지를 취했음에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몸을 낮추어
주변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만,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숨은 고수들의 초대
고수들의 밥상, 그 맛味에 스며들다!
한국인의 밥상에는 수많은 고수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그는 소소한 밥 한 끼 정성껏 지어내느라 당신의 평생을 바친 어머니일 수도 있고, 또 지나가는 길손도 그냥 보내지 않고 따뜻한 밥 한 그릇 대접하며 위로를 더하는 어느 촌부, 어느 사찰의 부엌일 수도 있다. 함께 어우러지는 밥상이기에 ‘고수의 밥상’은 예술이자 삶이며, 그리고 진한 정을 베푸는 나눔이다.
맛집으로 정평이 나 있는 식당의 유명한 요리사는 아니지만 전국 각지에서 따뜻한 밥 한 끼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영혼까지 채워주는 식탁을 차려내는 밥상의 ‘은둔 고수’들. 빼어난 절경과 함께 눈과 입, 마음까지 풍요로워지는 고수의 밥상으로 초대한다.
■ 계량 없이도 척척! 우리 마을 손맛 고수 열전 – 충청북도 괴산군 청안면 :
충청북도 괴산군의 산자락, 배산임수의 조건을 모두 갖춘 분저울 마을. 높게 자란 옥수숫대 사이로 안금수(79세) 씨와 이정숙(75세) 씨는 옥수수 수확에 여념이 없다. 오늘 열리는 마을 요리 경연에서 마을 특산물인 옥수수로 멋진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서라는데. 사실 이들은 작년 이맘때 열렸던 요리 경연에서 우승한 베테랑 콤비란다. 계량이 무슨 필요가 있으랴. 살아온 세월의 감이 맛을 책임져 준단다. 어머니들의 솜씨 자랑을 위해 시작됐다는 요리 경연, 올해는 새로운 도전자들도 나타나 경쟁이 치열하다는데. 마을의 막둥이, 이영애(63세) 씨, 하미야(63세) 씨가 함께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름 별미인 노각 요리와 함께 여름철 달아난 입맛도 잡아 온다는 씨앗동(왕고들빼기)까지 맛깔나게 무쳐 내면 까다로운 심사위원의 취향도 저격할 수 있단다.
꼴찌라는 작년의 설움을 씻어내고자 다시 뭉친 김순애(71세) 씨와 권월례(78세) 씨. 오늘을 위해 구해온 비장의 한 수! 이웃집의 비법 고추장으로 승부를 걸어본다는데. 마을 살림을 꽉 잡고 있다는 부녀회장 순애 씨의 손길에 돼지고기주물럭, 그리고 버섯을 듬뿍 넣어 끓인 돼지고기짜글이에는 고수의 솜씨가 가득 담겼다. 모두의 요리가 한자리에 모이니 그야말로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냉철하고, 꼼꼼한 심사는 이장 김명호(66세) 씨와 심사위원들의 몫! 떨리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는 어머니들. 과연 결과는 어떻게 나올지... 고수들의 열기에 한여름보다 더 뜨겁다는 분저울 마을의 손맛 고수 열전을 들여다본다.
■ 산골짜기 암자의 숨은 고수, 밥 한 그릇의 가르침 – 경상북도 영덕군 영덕읍 :
바다와 산을 잇는 영덕의 블루로드,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만나는 두륜산 자락의 작은 암자. 오늘도 지훈 스님은 사찰을 홀로 가꾸며 수행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낮은 땅에 스며들어 고통받은 이들을 따듯이 품으라는 법명, ‘지훈’. 그래서였을까? 스님에게 가장 낮은 땅은 언제나 사람을 먹이고 살리는 부엌이었단다.
언제든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지훈 스님은 장아찌며 밑반찬을 준비해 둔다. 한여름, 무더위엔 오히려 따뜻한 음식을 먹어야 탈이 없다는 스님, 이번엔 사찰을 찾는 귀한 손님들을 위해 오색수제비를 대접한단다. 오장을 좋게 한다는 오색수제비 반죽엔 지금이 제철인 당귀, 감자, 당근, 호박 등 자연에서 얻은 재료들이 들어간다. 향긋한 당귀는 곱게 갈아 준비하고, 감자와 당근도 삶아낸 뒤 으깨어 은은하고 고운 빛깔을 내는 반죽을 만든다. 손 많이 가고 시간을 오래 들이는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일이 스님에겐 수행이란다. 호불호가 갈리는 새송이버섯과 제철 가지는, 달인 간장에 끓여 햇볕에 말리면 장아찌의 기본 재료가 된다. 해와 바람, 그리고 자연의 시간에 맡겨 완성된 지훈 스님의 제철 밥상엔 사찰 행사 때나 올리는 감자케이크와 어린이들을 생각하는 감자피자도 특식으로 올려진다. 일상에 지쳐 찾아든 길손들에게 맛으로 스며들어 쉼과 평화를 나누는 지훈 스님의 따뜻한 밥상을 만나본다.
■ 시대와 사람을 잇는, 고수의 위로 한 상 –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산동면 :
하나의 요리에도 수십 년의 내공이 담기는 법. 200여 개의 항아리가 도열한 고광자(61세) 씨의 장독대에는 켜켜이 쌓인 세월과 함께 음식에 따라 달리 쓰이는 십수 가지의 장들이 담겨있다. 나물에는 맥장, 민어찜에는 민어장, 그리고 어떤 음식에도 활용할 수 있는 두장(豆醬)까지... 음식에 따라 각각 쓰임새가 다른 한국 고유의 장들은 광자 씨가 만드는 음식의 맛을 내는 기본이 된다. “부엌이란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곳이고, 가족들이 모이는 곳이다.”라는 아버지의 철학과 가난한 살림에도 늘 먹거리를 채워주며 가마솥을 비우지 않았던 어머니의 헌신 덕분에 광자 씨에게 부엌은 지금까지도 공부하고 배우는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
솜씨 좋은 어머니의 비법이 담긴 고추무름장은 제철을 맞은 고추 ‘속청’의 오묘한 맛 덕분에 여름 쌈 채소와 곁들여 먹으면 입맛 돋우는 기본 찬이다. 귀촌 후 식재료에 관심을 가지고 그 뿌리를 찾아가다 보니 고려시대 음식을 재현하는 일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는 광자 씨. 맥장에 볶은 박, 죽순, 고사리 등의 나물들로 소를 만들고 꽃 모양으로 그녀가 빚는 만두는 쌍하(雙下)라고 불렸던 고려시대 만두다. '고려사'에는 ‘쌍하(雙下)’가 고려 왕실에서 국가 연회 때 올리는 음식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만두를 찍어 먹는 간장은 조선 초기 문신인 서거정의 시구에 나오는 대로 계피 생강들을 넣고 재현했단다. 우리 음식의 과거를 알아야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다는 광자 씨의 밥상엔 동서양을 아우르는 ‘장아찌 샌드위치’도 있다. 그리고 민어된장이 들어간 민어찜과 마을 특산물로 만든 백향과 음료까지... 그 옛날 어머니의 밥은 자식들 배곯지 않게 하는 밥이었다면 지금 그녀가 짓는 밥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고 동서양이 만나는, ‘새로운 만남과 치유를 위한 밥’이라는 광자 씨. 오늘, ‘광자네 밥상’엔 누가 초대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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